외국계 취업 이야기

외국계 취업 전문가들의 말 정말 믿어도 될까?

나팀장 2019. 2. 6. 20:36
반응형

'외국계' 라는 한 단어로 모든것을 정의하는 자칭 전문가들이 수상하다

 

요즘 유튜브든 블로그든 심지어 각종 채용 사이트들 조차 자칭 외국계 취업 전문가들이 넘친다. '외국계 취업 XXX만 하면 된다!!!', '좋은 외국계 기업은 XXX다!!!', 외국계 면접 스타일은 XXX다!!!' 등 '외국계'라는 단어 하나로 모든 걸 설명하려는 자칭 취업 전문가들이 너무나도 많다. 정말 '외국계'라는 단어로 이 모든 게 설명이 되는 것일까? 잘못 들으면 마치 외국계라는 특정된 기업이 따로 있는 듯하다 마치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처럼...

 

먼저 어떤 이들이 이런 정보를 퍼트리고 있는지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외국계 회사에서 5~6년 정도 근무하다 퇴직하여 컨설팅 업체나 헤드헌터로 전직한 이들이다. 많아봐야 외국계 회사를 2~3군데 정도 다녀본 게 전부인데 마치 이들은 '외국계'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모든 범주의 기업들을 자신들이 다 알고 있는냥 말한다.


그중에서도 유독 영업 출신들이 많은데 외국계에서 영업이야 말로 가장 진입장벽이 낮고 특정 기술이나 직무지식이 요구되는 수준이 높지 않은 직군 중 하나라 현장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 영업에 대해 기술영업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는데 기술영업은 애초에 문과 출신들이나 비전공자들이 범접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고 대다수 이 '기술영업'에 해당되는 세일즈맨들은 100이면 100 엔지니어 출신들이다(물론 요즘엔 도면 하나 볼 줄 모르면서 자칭 엔지니어 출신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짜들도 너무나 많다).  


그럼 이들이 하고 있는 영업은 무엇일까? 대다수 B2B 국내 일반영업 출신이다. 그리고 하나같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B2B 사업을 영위하는 외국계 회사들이 알짜배기라는 것이다. 사실일까? 정확히 팩트 체크하자면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먼저 B2B 영업=기술영업이라는 명제는 맞지 않다. 그리고 B2B 사업을 영위하는 외국계라고 해도 영세하고 기본도 안 갖춘 회사들도 많다. 이들은 단지 그런 회사에 다녀본 적 밖에 없을 뿐이고 영업 직무밖에 해본 적이 없기에 마치 자신의 좁은 시야를 외국계라는 단어 하나로 모두 덮으려 하는 것일 뿐이다.


진입장벽이 가장 낮은 특정 직무에 한해 고작 대리급 혹은 과장 초년 차급 연차를 달고 나와 외국계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다니며 이 단어 하나로 모든 외국계 회사를 규정지어 외국계 취업 컨설팅이니 외국계 스터디 라느니 하면서 각종 SNS 및  유튜브를 통해 취준생들을 끌어 모은다. 무엇이 목적일까? 당연히 돈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또 한 가지 헤드헌터에 대해 굉장히 우호적이다. 헤드헌터를 통해서라면 불가능이 가능할 것처럼 희망적인 전망을 서슴없이 내놓으며 다음과 같은 말을 종종 인용한다. "같은 지원이라면 헤드헌터를 이용하세요 헤드헌터를 통하는 것이 훨씬 채용에 유리합니다" 과연 맞는 말일까?


역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보통 헤드헌터가 추천한 인재가 채용에 연결되어 특약 기간 동안 근무하게 될 경우 추천자 계약 연봉의 30% 혹은 3달치 월급을 수수료로 회사가 헤드헌터사에 지급하게 된다. 회사 입장으로서는 당연히 상당한 비용이고 이를 부담하면서까지 같은 인재를 굳이 헤드헌터를 통해 선발할 이유가 없다.


그들이 내세우는 헤드헌터의 장점도 딱히 동의하기 어렵다. 해당 채용이 경력직인지 신입직인지, 아니면 사업 확장에 따른 것인지 공석에 의한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고 하는데... 설사 그걸 안다고 해서 자격이 안 되는 채용자가 붙을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지도 않는다.(그리고 몇몇 회사들은 그 정도 정보는 사람인과 같은 채용사이트에 선제적으로 공개하는 곳도 많다)  


물론 정말 긴급하게 채용을 진행할 경우 사측에서 채용 사이트를 통하기보다 알고 있던 헤드헌터의 인재풀에 잇는 인력을 선제적으로 먼저 채용하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건 그 헤드헌터가 해당 채용에 대해 독점적인 채용권한을 부여받은 특별한 경우다. 주로 중동의 정유회사들이나 조선사 혹은 국 공기업들이(예 : 사우디 국영 정유회사 아람코) 많이 진행하는데 이들은 절대 국내 채용 사이트에 포지션 오픈을 하지 않고 자신들과 계약을 맺은 특정 헤드헌터사를 통해서만 지원자들을 받는다.


그리고 이런 헤드헌터사는 국제적으로 매우 신뢰도가 높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들 채용은 보통 두바이나 사우디 현지에서 근무하는 현지 주재원 조건으로 미니멈 연봉 1억 단위에서 최고 3억이 넘는 고액 연봉을 제시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지원자들을 사전 스크리닝 하는 차원에서 헤드헌터사에 모든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그럼 우리가 흔히 접하게 되는 국내 채용사에도 채용공고가 올라와 있고, 헤드헌터사도 같은 포지션 공고를 냈을 때 누가 더 유리할까? 같은 지원자가 동시에 같은 공고에 후보자로 올라온다면 정상적인 채용 담당자라면 당연히 지불하지 않아도 될 비용을 굳이 지불해가며 헤드헌터사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나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외국계 회사를 근무해보고 면접을 보아 왔고 많은 채용 담당자들과 아직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들의 대답은 하나같이 같다.


  "채용 적격자만 있다면 당연히 헤드헌터사를 먼저 배제한다"


타 부서와 마찬가지로 HR 부서에도 예산이란 것이 존재하고 모든 부서장은 예산 사용에 따른 고과를 평가받는다, 어느 누가 자신의 고과를 깎아가며 헤드헌터사에 이권을 몰아주려 하겠는가

 

그럼에도 이들이 헤드헌터들과 손을 잡고 그들의 이권을 대변해 주는 이유는 역시 단 한 가지다. '돈'

 

 

 

외국계회사는 단 한단어로 설명할 수 잇는 영역이 아니다

 

외국계 회사는 다양하다. 산업별로 다르고 매출 규모별로 다르고 법인의 목적에 따라 다르고 본국이 어디인가에 따라 다르다. 한국법인 매출만 1조가 넘는 대기업이 있는가 하면 연매출 100억 도 안되고 종업원 수가 10명도 채 안 되는 영세기업들도 많다. 담배산업과 명품산업이 다르고 소비재와 산업재가 다르며 법인의 형태가 생산법인인지 판매법인인지 아니면 특수목적법인 인지에 따라 다르다.


어떤 회사는 생산법인과 판매법인이 별개로 진출한 회사도 있고 어떤 회사는 하나의 법인에 두 개의 조직을 모두 다 갖춘 회사도 있으며 어떤 곳은 그런데다 연구소까지 있는 경우도 있는 반면 심지어 지역본사(Regional HQ) 목적까지 겸한 곳도 있다.


정말 이 모든 회사를 '외국계'라는 하나의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있는가?


또한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회사의 대부분이 B2B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MNC(멀티내셔널컴퍼니)들은 자신의 공급사가 생산기지 바로 옆에 있기를 항상 희망한다. 그래야 공급한 재화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생산계획이 변경되었을 때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B2B를 영위하는 많은 외국계 회사들이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진출하지만 각자의 사업 아이템이나 환경에 따라 그 규모나 역량은 천지차이다. 어떤 회사는 대량생산체제로 단가를 맞추기 위해 한국에 생산공장까지 건립하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진출하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어떤 회사는 간단한 세일즈 오피스만 열어놓고 그때그때 필요와 계약 조건에 따라 다른 해외 생산기지에서 재화를 공급받아 판매만 주력으로 하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외국계 회사의 규모는 각 회사별로 천양지차이다. 심지어 글로벌 매출은 10조가 넘는 외국계 회사지만 한국법인의 경우는 소규모 세일즈 오피스만 갖춘 연매출 100억 도 안 되는 작은 규모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매출이 100조가 넘는다고 하여 삼성전자 말레이시아 법인 매출이 100조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모든 것은 상대적이고 Case by case 인 것이 외국계 회사들이다. 특정 단어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는 것이다.

 

 

 

채용은 지원자의 역량에 달린 것이지 컨설턴트나 헤드헌터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절대 컨설팅 업체나 헤드헌터사에서 주관하는 '외국계 기업 채용 특강' 내지 '취업 스터디'에 나가지 말라. 그리고 그런 모임을 주최하는 이들을 항상 경계하라. 설사 그게 무료 강좌라고 해도 그 시간에 차라리 영어 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는 것이 당신의 취업을 높이는 결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들은 그런 모임 자체를 주관하고 있다는 것을 외부에 보여줄 사진이나 유튜브에 올릴 영상이 필요한 것이지 당신의 취업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이런 이들과 함께하기보다 사람인이나 피플앤잡 같은 채용사이트의 채용공고를 더 자주 확인하고 관심 있는 회사가 생기면 위키피디아나 해당 회사의 공홈을 통해 관련 회사 정보를 검색하며 관심이 있는 특정 회사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더 좋다. 외국계라는 말로 뭉뚱그려 포괄적인 뜬구름 잡기식의 컨설팅은 오히려 헛된 망상만 키울 뿐이다.


또한 외국계 회사들이라고 해서 국내 회사 채용 담당자들과 차원이 다른 사륜안을 갖고 채용자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이력서를 보고 그 이력서 안에 담긴 학력, 경력, 수상내역, 어학점수 등을 먼저 본다.


단지 그중 외국인 채용 담당자가 채용관 중 끼어 있다면 상대적으로 학벌에 대한 부분은 조금 더 관대하게 봐줄 것이지만 그 역시 같은 조건의 후보자가 둘이 나온다면 한국인 채용관에게 물어볼 것이다. '어느 쪽이 더 우수한 인재인가요?' 라고...그 때 한국인 채용관이 말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여러분의 이력서에 담긴 내용을 로컬 법인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점수화시켜 말할 뿐이다. '이 대학이 저 대학보다 우수합니다'


외국계라고 하여 학벌 파괴, 스펙 파괴, 경력 파괴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물론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봐주는 부분이 있을지는 몰라도 이곳은 자본주의 사회다. 냉정하게 말해서 모든 채용은 서열화를 통한 점수 매기기이다. 이미 이력서에서 채용여부는 이미 과반이 결정된다.


면접은 그 서류상의 내용이 정말 맞는지 검증하는 자리일 뿐이다. 모든 조건이 동등할 때 한 지원자가 토플이 110점이라고 적어냈다면 그 지원자가 면접 자리에서 오늘 하루 일과를 영어로 말해 보세요 라는 질문에 한마디도 못하지 않는 이상은 그 사람이 적격자인 것이다.


물론 취업 준비생들의 그 간절한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취업 준비생인 적이 있었고 아직도 많은 후배들이 내게 취업정보를 묻곤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내가 대답해 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다. 그 간절함에 이끌려 컨설팅 업체들과 헤드헌터사의 유혹에 넘어가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라고... 그것이 취업에 더 가깝게 다가가는 지름길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