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취업 이야기

채용 트렌드의 변화 : 공채 제도의 종말

나팀장 2023. 3. 1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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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공개채용(공채)의 종말


채용에는 크게 국내 대기업식 대규모 공개채용과 정해진 TO에 공석이 생기면 그때 그때 충원하는 수시채용 방식이 있다. 먼저 국내 대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대규모 공채 방식을 보자. 이 방식은 HR(인사팀)의 영향력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방식이다. 기업마다 채용계획을 세우는 방식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HR이 주도적으로 채용규모와 시기 방식을 정하고, 이렇게 정해진 기준에 맞춰 선발된 1차 합격자들이 실제 배치될 실무 부서와 2차 면접을 하게 된다.
 
사실상 HR이 먼저 사전에 서류 뿐만 아니라 면접까지도 적극적으로 개입해 필터링을 하고나서야 그 다음 실무진이 지원자들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애초에 HR이 정해놓은 허들과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자신이 지원하게 될 직무 실무자와는 면접 기회조차 가질 수가 없을 확률이 높다.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과거에는 심지어 선발된 인원의 사업부 배치까지도 직접 HR이 지정해서 할당하는 구조였고 그렇게 배치된 사업부까지 도달해야 비로서 실무진에 의해 어느 부서로 가게될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 HR에 의한, HR을 위한, HR의 편의만을 생각한 채용제도였던 것이다.

기계적으로 기준을 정해 사람을 대규모로 뽑아 배치하고 소수의 자발적 퇴사자가 나오면, 다시 대규모로 뽑아서 채워넣는 구조. 인권이나 개인의 개성보다는 사람을 하나의 부품으로 보던 시절의 이야기다. 회사를 지원하는 구직자도, 실제 그들을 뽑아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현업부서도 어떻게 보면 크게 영향력을 갖기 어렵고 그 사이의 HR이라는 거대 브로커가 이들을 임의 매칭시켜 할당하는 방식이었다.

산업화 시대에는 이러한 매칭서비스가 어느정도 먹혔다. 부품처럼 사람을 내리 꼿아도 구직자와 현직자 모두 별 불평불만 없이 이를 받아 들였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회사 규모는 커지고 매출은 신장됨에 따라 늘려야 할 업무와 부서는 끊임없이 늘어났고 개척해야 될 시장은 무한하리라 생각했다. 오늘 A라는 곳에 새로운 공장을 지으면, 내일은 B라는 곳에 새로운 사무실을 열어야 했으니 하나하나 현직자가 그들을 살펴보고 사람을 뽑을 시간도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HR이라는 채용 브로커에 전권을 위임하고 여기에서 결정해준 사안에 모두 순응하는 것을 ‘효율’ 이라는 이름으로 받아 들였다.

하지만 시장은 포화상태가 되었고 이제 새로 개척할 시장 보다는 기존의 시장을 사수해야 하는 위치에 섰다. 80~90년대와 같은 폭발적인 매출 성장은 이제 어느 회사를 막론하고 요원하다. 이제 정해진 자리의 TO가 나면 그 자리만 채우면 그만이다. 과거처럼 미래의 성장을 내다보고 선채용 하던 시대는 끝났다.



수시채용 시대의 도래


미래의 성장을 담보로 하던 선행 채용 관행이 깨졌다는 것은 이제 정해진 사업계획 내에서 사전에 승인 받은 신규 Headcount 만이 신규 채용 시장에 열린다는 의미다. 사전에 승인 받지 못한  Headcount는 이제 애초에 뽑을 수가 없다. 기존 인원의 공석으로 발생한 결원 TO 이외에 애초에 존재하지 않은 신규 TO를 승인 받아 내기 위해서는 Top Management를 설득하여 왜 우리가 이 자리에 새로운 신규채용 TO를 창설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의 작업이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설득을 하는데 단순히 실체없는 주장과 관행만으로 가능하던가? 그 자리에 왜 새로운 사람이 더 필요한지에 대한 근거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 근거는 누가 만들고 준비해야 할까? 바로 그 신규채용을 필요로 하는 해당 부서 당사자들이 해야한다. 각 실무에 대한 Workload 와 R&R에 대한 평가는 외부의 제 3자가 대신 만들어 줄 수가 없다. 그렇기에 HR은 더이상 이 새로운 트렌드에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필요한 인원이 있다면 필요한 당사자가 직접 근거를 만들어 경영진을 설득시켜 승인을 받아 오라는 것이 이 변화된 환경에서의 HR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쉽게말해 이제 신규채용을 필요로 한다면 필요성을 어필하는 해당 부서에서 그만한 고통을 감내하여 근거와 설득의 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이야기이며, 합리적인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못한채 신규채용 요청을 올리는 것은 곧 스스로 ’관리능력의 부재‘ 를 드러내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고통을 감내한 자가 더 큰 권한을 갖는다


고통을 감내해서 장황한 설득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기업의 최고임원들의 승인을 받았다. 드디어 우리 부서에 신규 입사자를 한명 더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과정은 오로지 해당 부서의 부서장의 철저한 준비와 노력의 결실일 것이다. 드디어 신규입사자를 받아 팀원들의 업무강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며 여분의 Workforce는 신규 사업 진행에 보탤 수 있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HR은 이 결정이 나기까지의 중간 절차에 기여한 바가 없다는 것이다. 설사 있다 해도 과연 신규 TO의 필요성을 어필하고 그것을 체감하는 실무부서 보다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

결국 그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채용에 대한 전권은 대부분 실무부서가 갖는다. 그게 수시채용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러한 형태는 국내 대기업 & 외국계 회사를 가리지 않고 현재 전반적으로 모든 채용시장에서 볼 수 있는 채용 트렌드이다.



실무부서의 채용 의사결정 권한 강화? 공채와 뭐가 달라지는 거지?


우선 HR 위주의 획일적인 면접 & 서류통과 기준이 사라진다. 소위 채용 컨설턴트 혹은 면접전문가들이 말하는 획일적인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필살기를 키워라 / 이렇게 하면 붙는다 / 자소서의 방정식 이런 말들이 더 이상 무용지물인 것이다. 필살기는 상대방이 확실하게 특정 기업의 HR 채용팀이라는 단일 상대로 정해진 상태일 때나 먹히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 HR의 채용문화만 캐치하면 누구나가 그 하나의 기준에 입맞에 맞는 표준화된 합격사례를 양산하듯 뽑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에는 수십 수백개의 실무 부서가 있고, 그 부서안에서도 부서장에 따라 수십 수백 수천개의 유형이 갈린다. 과연 이들을 상대로 하나의 필살기가 통할 것인가?

과거라면 애초에 HR에서 서류부터 정해진 기준으로 스크리닝 필터를 자동으로 돌려서 나온 서류만 몇개 추린 뒤, 다시 그 중에서도 HR 입맞에 맞게 쓰여진 소수의 서류만 통과 되었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수시채용이 기본이었던 대형 외국계 회사들 조차 대부분 서류는 이런식으로 HR에서 필터링 한 뒤 전달해 주었다, 추측컨대 그 당시만 해도 아직 대형 외국계 HR 문화가 소위 대기업 출신 HR 이직자들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애초에 HR에 대놓고 접수 된 채용서류를 거르지 말고 전부 실무부서로 넘기라고 요청한다. 서류 단계에서부터 실무 부서에서 직접 검토하는 것이다. 어떻게 따낸 신규 TO인가? 적게는 1년 많게는 3년 이상 각고의 노력과 설득의 작업을 거쳐 따낸 TO이다. 한명을 뽑더라도 신중에 신중을 가할 수 밖에 없다보니 채용을 주관한 실무부서는 HR의 일률적인 필터링에 거부감을 갖을 수 밖에 없다.

“너희가 우리부서 실무를 알면 대체 얼마나 안다고 서류를 너희들 기준으로 걸러내는 거지?”

근본적인 의문이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심지어 요즘엔 아예 채용공고시에 내놓는 Job Description 조차 실무 부서에서 작성해서 HR에 넘긴다. 애초에 실무부서 일을 모르는 HR에서 제대로된 직무설명을 쓸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직무설명은 채용의 시작이자 구직자가 보는 첫 얼굴인데 어떻게 따낸 신규채용 TO인데 그것을 대충 쓸 수 있겠는가? 최대한 상세하고 직무 적합자를 찾을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해 쓰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하다.



채용/면접 컨설턴트 유튜버들의 맹점


여기서 소위 말하는 채용 전문 혹은 면접 전문 컨설턴트 & 유튜버들의 맹점이 생긴다. 이제 더 이상 그들이 말하는 필살기 혹은 획일적인 전략이 먹히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구직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이들은 여전히 자신의 말대로 전략을 짜면 면접과 채용에 붙을 수 있다고 대중을 호도한다. 그들이 말하는 방식은 적어도 10년 전에나 통용되던 말들이다. 현재의 채용 트렌드와 전혀 맞지 않다. 단순히 호기심에 그들이 말하는 일반론은 한번 쯤은 들어볼만 하다.

하지만 단언하건데 그들이 주최하는 유료 강좌나 오프라인 캠프에서는 얻을 것이 1도 없다고 단언한다. 설사 일부의 사람이 그들의 말을 따라서 합격에 기회를 누렸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과연 그들의 말을 따랐기 때문에 합격한 것인지, 아니면 이미 그 직무에 준비된 적임자였던 것은 아닌지. 소 뒷걸음질 치다가도 쥐는 잡힐 수 있다.

과거 10년전 대규모 공채 제도가 유행하던 시절, HR 위주의 획일적인 채용 제도가 만연하던 시절에 유효하던 방식을 지금에서까지 설파하며 유료강의나 오프라인캠프로 혹은 책 판매를 유도하려 한다는 것은 정말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다. 구직자들의 조급함을 이용해 그들의 돈과 시간을 착취하여 자신의 배를 불리고 있을 뿐이다. 과거 자신이 스폰받은 외국계 채용 영어 프로그램이나 쉐도잉 영어 등의 어학 프로그램을 컨설팅을 빙자하여 팔아먹던  업자들의 또다른 변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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