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길라잡이

외국계 회사 직무를 알아보자 (3) - SCM

나팀장 2023. 2. 1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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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Supply Chain Management)


재화를 사오고 구매한 재화의 재고를 유통/보관/관리하는 직무로, 사실 이 분야는 재무나 인사처럼 학문적 정의가 내려진 직무영역이 아니고, 각 기업이 자사의 사업 아이템과 구조에 따라 개별기업의 특성에 맞춰 발전시켜온 영역인 만큼 일반화 시켜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실제 실무에서는 각 회사별로 각 직무를 부르는 명칭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본문에서는 크게 아래의 4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직무를 설명하고자 한다.

- 개발구매
- 양산구매
- 구매기획
- 물류

과거에는 일반적으로 ‘구매’ 라는 용어로 통칭 하였으나, 구매가 특정 재화를 사오는 행위 그 자체에만 집중하는 용어라면 근래에는 이렇게 사온 재화를 어떻게 공급하는지까지의 방법론적인 영역까지 확장시켜 SCM(Supply Chain Management)이라 부르는 경우가 좀 더 일반적이다.

물론 회사에 따라서는 여전히 구매(Purchasing)팀과 SCM팀이 병존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 경우에 지칭하는 SCM은 보통 구매팀과 구분하기 위한 물류팀을 보통 SCM팀으로 부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1. 개발구매(Development Purchsing)


회사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판매하기 위해 개발을 시작하게 되면, 개발팀에서는 이를 위한 설계를 시작 하게 된다. 이 때 도면에는 해당 제품의 전개도만 들어가는 것이 아닌, 해당 완제품 1set 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모든 하위 부품과 자재들을 리스트 업 하게 된다. 이 자재목록만을 도면에서 떼어내 별도로 문서화한 것을 BOM(Bill Of Materials)이라 부르게 되며, 이 개발단계의 초기 BOM을 바탕으로 리스트업 된 자재들을 ‘어디서’, ‘어떻게’, ‘얼마만큼’ 사올지를 결정하는 것이 개발구매의 주 업무이다.

일단 개발팀의 경우 이 BOM 내 자재들에 대한 물리적인 스펙(물성, 길이, 두께 등)에 대한 기초 레퍼런스 자료는 구조해석 등의 방법을 이용하여 작성 할 순 있으나, 그렇게 작성된 스펙의 기준에 상응하는 자재를 누가 생산하고 있으며 누구로부터 사와야 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따라서 개발팀으로 건네 받은 기초 자료를 바탕으로 해당 자재/부품을 생산, 납품해 줄 수 있는 공급사를 찾아 나서고 찾아나선 공급사가 사내 개발팀이 제시하는 최소한의 허들조건을 충족할 만한 품질을 갖췄는지를 평가하여 실구매 단계로 연결하는 것을 개발구매팀에서 하게 된다. 이때 개발구매는 사내 개발팀에서 제시한 초도 스펙과 최소 품질 허들등을 지속적으로 피드백 받아 개발팀과 공급사 간의 중간 소통창구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개발팀에 준하는 공학지식을 요구 받게 되며, 이를 통해 실무적으로는 도면을 읽고, 제시된 자재스펙의 물성을 이해하여 이를 공급사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때로는 설계팀이 요청하는 간단한 도면 수정 요청 정도는 현장에서 즉시 대응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보통 개발구매는 문과출신자들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신입의 경우 이공계 전공자 우대 조건을 내걸고 있으며, 경력직의 경우 연구개발 업무를 하다가 구매 쪽으로 커리어를 발전 시키고 싶은 이들이 갈 수 있는 길 중 하나다.



2. 양산구매(Purchasing)


위의 과정을 거쳐 개발구매에 의해 초도 BOM에 작성된 하위자재들을 공급받을 수 있는 1차 공급사가 확정되고 초도단가가 결정된 뒤 제품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 양산구매로 업무가 이관되어 우리가 보통 ’구매‘ 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이미지의 외자구매 업무들이 이 단계에서 실행 된다.

크게 아래의 3가지 세부 업무로 나눌 수 있다.

[단가 합의 및 관리]
개발 구매에서 공급사를 통해 받은 초도 구매 단가의 경우 양산물량을 공급사에 보장하지 않은 채 받은 견적단가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단가가 매우 높다. 양산이 확정되고 제품을 연간 얼마만큼 생산할지 전체적인 물량이 확정되면 이제 공급사에게 그 물량을 바탕으로 단가 협상(nego)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1년에 이 신규개발 제품을 1000대 생산할 예정이며, 한대 생산할 때마다 귀사의 a 자재가 3개씩 필요하기 때문에 귀사로부터 최소 1년에 a 자재 3천개를 구매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연간 이 정도 물량을 너희에게 구매하여 너희의 매출을 보장해 줄 수 있는데 너희는 얼마정도 단가를 더 내려줄 수 있으십니까?’ 라고 협의를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보통 단가인하율 혹은 APR(annual price reduction)이라 불리는 조건을 추가로 협의 하기도한다. 모든 양산품은 시간에 흐름에 따라 숙련도 증가 및 원재료 조달의 용이성을 바탕으로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매년 일정 %의 단가 인하를 약속 받는것이다. 예를들어 초기 양산 구매 단가 합의를 100원으로 하고 매년 APR을 5%로 적용하기로 계약 한다면, 2023년에는 a 라는 제품 1개를 구매하는데 100원이 들지만 2024년에는 최초 단가 100원에서 5% 인하된 95원으로 구매를 하고 다음해에는 다시 95원에서 5%가 인하된 90원에 구매를 하게 된다.
물론 끊임없이 매년 인하율을 적용하지는 않고 제품의 lifetime을 고려하여 초기 몇년 정도로만 결정하게 되며, 이렇게 결정된 단가인하율은 향후 구매팀의 성과를 측정하는 주요 KPI(Key Performance Index)가 된다.

예를들어 구매팀에서 매년 a 라는 자재를 구매하면서 매년 5%의 인하율을 받아 내기로 내부목표를 세웠는데, 한 해 결산을 해보니 공급사를 더욱 압박하여 5%가 아닌 7%의 단가인하율을 관철시켜 받아 내었다면 자신들이 스스로 설정한 목표보다 2% 나 초과 달성한 것이니, 구매팀 인원들에 대한 성과 측정 시 우호적인 평가가 나올 것이며 때로는 성과급에도 그 결과가 반영 될 것이다.

[신규 공급사 발굴]
초도 개발 단가 결정 시 확정 된 공급사로부터 양산 이후에도 계속 자재를 공급 받을 수도 있으나, 한 바구니에 계란을 모두 담지 말라는 금융계 격언이 있듯, 하나의 공급사에 특정 자재를 전량 의존하다 보면 자칫 해당 공급사에 문제가 생겨 제 때 공급받지 못 할 경우 해당 자재 하나가 부족하여 전체 생산이 멈출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제조업 구매에서는 기본적으로 복수 공급망(dual sourcing)을 기본적으로 가져가려 하며, 이로인해 양산 단계에서는 초기 결정된 공급사 이외에도 같은 스펙의 자재를 동일하게 공급할 수 있는 추가 공급사 발굴을 해야 한다.

이미 개발 단계에서 기본적인 스펙은 모두 결정이 된 만큼, 최초 공급사로 부터 공급받은 제품과 기본적으로 동일하거나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개발 혹은 공급할 수 있는 공급사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실제 신규 발굴 공급사를 찾아가 현지 제조라인을 점검하고 생산능력 및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 주요 업무이다. 이렇게 복수의 공급사를 발굴하게 되면 향후 단가 협의 시에도 공급사간 경쟁을 유도하여 단가인하에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에 결국 이는 회사의 재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주요 방법 중 하나이다.

[품질 관리]
납품 받은 자재들이 초기 계약 시 요구한 스펙에 충족하는 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사내 창고에 입고 되기 전 입고검사를 받아 불량률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공급사에 이의제기를 하는 식의 적절한 대응관리를 해야한다. 또한 납품계약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공급사 제조라인을 점검(Audit)하여 각종 품질이슈가 발생할 만한 요인은 없는지 공급사 제조 단계에서부터 점검을 하는 것도 본 직무에서 하게 된다.



3. 구매기획(Planning)


기획(Planning)이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 전략을 수립한 뒤 후속 결과에 대한 분석/보고 업무를 하는 모든 직무를 말한다. 특정 직무에만 존재하는 업무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일어나는 각 분야별 계획 대비 실적 분석 업무를 하는 모든 직무에 존재하는 업무로써 부서에 따라 인사기획, 재무기획, 생산기획 등으로 불리며, 구매 역시 계획 대비 실적을 비교하고 이를 통해 사전에 설정한 목표 대비 얼마만큼의 효율성을 달성했는지 분석하는 구매기획 업무가 존재한다. 구매기획에서는 일반적으로  판매/생산계획을 바탕으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얼마 만큼의 자재를 조달하고 조달 된 자재의 여유 비축분을 어느정도 유지할지 사전에 목표치를 설정하게 되며, 실제 조업도에 따른 구매실적이 계획에 얼마만큼 근접한지, 그렇지 못하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지 수치화 하여 분석하는 업무를 주로 하게 된다.

주로 MRP(Material Requirement Plan)라 불리는 자재소요계획에 맞춰 자재 조달 수량 설정 및 안전재고 확보를 위한 재고일수 관리등을 하게 되며 업무 자체가 수리적 분석에 초점이 맞춰진 관계로 일반적인 타 구매 업무 보다 내근지향적인 업무이다.

보통 이러한 업무는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는 타 직무와 겸직으로 하기도 하며, 팀장급이 직접 처리하기도 하지만 일정 정도 규모로 성장하게 되면 반드시 별도의 조직을 따로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4. 물류(Logistics)


물건을 얼마에(가격), 얼마만큼(수량)을 사올지 공급사와 협의가 끝났다면 이제 어떻게 가져올지를 생각해야 한다. 사실 유통업 기반의 SCM은 정확히 말하면 구매(Purchasing) 라고 하기 보다는 물류관리(Logistics) 업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관계로 유통업 기반의 판매법인 형태의 외국계 기업은 이 물류관리 업무가 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판매법인의 특성상 물건을 공급받은 대상이 제3의 외부업체가 아니라, 계열사 소속의 해외 생산법인일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곧 관계사거래(Intercompany Transaction, 혹은 ICO 거래)이기에 거래 단가는 이미 본사에서 확정하여 통보가 될 뿐, 판매법인 입장에서 단가를 인하할 수 있는 nego 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얼마에 조달해올지는 이미 결정된 채, 어떻게/얼마만큼을 조달할지에 대해서만 집중하면 되기에, 상대적으로 물류 관리 업무가 판매법인에서는 메인이 된다. 부수적으로 창고관리(Warehouse Management) 업무도 큰 틀에서 이 영역으로 볼 수 있는데, 조달 된 재고를 계획 된 재고일수에 맞춰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할지,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창고를 자가로 운영할지, 3PL로 운영할지를 결정하고 이를 위한 예산 관리를 어떻게 할지 결정하게 되며, 회사에 따라서는 보세창고 운영이나 수출입 관계법령등을 관리하는 업무까지도 같이 하게 된다.



직무종합의견


요즘 들어 더더욱 문과 출신자들이 배제되는 추세에 있는 직무이다, 기술영업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설계와 도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있는 이공계 출신들만이 맡을 수 있는 개발구매라는 영역이 분명 존재하고 이들은 역으로 구매 기획이나 SCM으로도 업무 영역을 넓힐 수 있는데 반해, 문과 출신들은 개발구매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도 기본적으로 같은 비용을 들여서 키운다면 더 넓은 영역을 커버 가능한 이공계 출신들을 선호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일 것이다.

또한 작은 외국계의 경우에는 SCM 업무 담당자를 재무(Finance) 팀 소속으로 두고 일정 정도 사업 규모가 커지기 이전까지는 별도의 독립 부서를 두지 않기에 때에 따라서는 회사 내에서 발언권이 높지 않은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이 부분은 외국계 회사들이 기본적으로 사업을 어떻게 확장해 나가고 이에따라 조직 구성을 어떻게 확장하는지에 대해 별도 문서를 작성할 예정)

하지만 제조업이든 유통업이든 구매 조달과 그에 따른 SCM 업무는 산업과 업종을 가리지 않고 필요한 필수 직무이며 영업과 더불어 회사를 대표해 외부 관계자들과 면을 맞대고 최전선에서 일하는 직무이기에 자신이 노력한 성과가 회사의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을 직접 맛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직무이기도 하다.

단 외국계 구매의 경우 Compliance 이슈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다. 국내 회사들처럼 갑의 위치에서 공급사로부터 불법 편익을 취한다는 것이 발견되면 그 즉시 인사조치가 이루어질 것이다.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ABB 코리아의 경우 구매팀이 공급사로부터 접대 받은 1만원 상당의 점심 식사를 문제 삼아 해고한 사례도 있다.(물론 이 경우 전임 재무팀 임원의 배임횡령으로 회사가 고강도 audit 을 진행하면서 발견된 사안이라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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